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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X원티드] 프로덕트 안에서 글쓰기

김모밍 2024. 2. 24. 13:59

프로덕트 안에서의 글쓰기 = UX 라이팅

서비스 프로덕트 안에서의 글쓰기를 UX라이팅이라고 지칭합니다. UX라이터는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내는 것이 주요 미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 직면한 문제와 그 원인을 파악하는 '문제 정의' 과정이 필수죠. 고객의 상황을 분석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알림받기 유도팝업 메세지(Opt-in Pop-up Message)

 

앱푸시는 고객 리텐션에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쿠팡은 앱 화면에 최초로 진입하면 앱푸시 수신여부를 묻는 팝업이 노출된다고 하는데요. 앱푸시 도달고객수를 증대하기 위한 미션이 있었고, 크루들은 현재의 앱푸시를 살펴보았을테죠.

 

기존에는 앱푸시가 혜택정보만을 나열했다고 합니다. AS-IS의 버전을 '고객이 앱푸시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강조하면서, 공급자 입장의 표현을 '고객 입장'에 가깝게 고쳐 썼고, 메세지와 어울리는 일러스트로 교체했습니다. 그리고 A/B 테스트 결과, '알림받기' 버튼 클릭률이 50%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1. 혜택정보만을 나열 → 앱푸시로 얻을 수 있는 이점 서술
둘다 베네핏을 보여준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아마 처음에는 "본 설정은 해당 앱에서만 유효하며, 특가상품 및 이벤트 혜택에 관한 쇼핑뉴스알림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식의 내용이 노출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간략하고 명확한 언어로 서술했을 것입니다. TO-BE 버전을 각자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2. 공급자 입장의 표현 → 고객 입장의 표현
현업에서 프로덕트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공급자 관점의 표현들이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표현도 고객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데 그 부분을 간과하곤 합니다. 저의 경우 이럴 때 서비스 타겟과 가까운 지인을 떠올립니다. 그들이 해당 라이팅을 이해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얄팍하게나마 분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로지 저의 느낌이기 때문에 내가 떠올린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작업이 이행되어야 합니다.

3. 메세지와 어울리는 일러스트 배치
텍스트와 디자인 요소는 세트입니다. 그렇기에 UX라이터에게 좋은 정보 전달을 위한 디자인감은 필요합니다. 아이콘, 컬러감, 레이아웃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도움이 됩니다. 디자인 감각은 많이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되는 것 같습니다.

 

로켓프레시 체험하기 버튼

 

로켓프레시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회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들 중 하나로 신선식품을 당일 또는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로켓프레시 상품화면에 '로켓프레시 무료 체험하기' 버튼 문구가 노출되고 있었구요.

 

하지만 쿠팡와우 가입률, 로켓프레시 구매율 제고에 대한 기대와 달리 고객들이 페이지를 이탈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고객이 로켓프레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로켓프레시가 어떤 서비스인지 넌지시 알려주면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도록 버튼문구를 수정해 실험했고, 유료 멤버십 가입률이 수정 전 대비 20%이상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A/B테스트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곳 너무 부럽습니다.) UX라이팅이 비즈니스에 기여했음을 증명해낸 것이죠.

 

이렇게 UX라이팅은 서비스 사용성, 편의성 중심의 고객 경험 개선과 비즈니스 성과 개선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카피라이팅과 결이 다릅니다.

 

최근에 "고객 경험 개선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또 받게 되었는데요.

고객에게 단순히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고객 경험 개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불편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을 해결하는 것이 CX개선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래픽/브랜드 디자이너도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아젠다에 대해서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문제 원인을 찾기 위한 꼬꼬무 질문

앞에서 이야기했던 '문제 정의'를 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꼬꼬무 질문이 필요합니다.

로켓배송 상품상세 '유료 멤버십' 가입 유도 메세지

 

로켓배송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은 2가지 입니다.

  1. 로켓배송 상품은 19,800원 이상부터 주문 가능
  2. 19,800원 미만 상품을 구매하려면 '유료 멤버십' 가입 필요

 

13,000원짜리 로켓배송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지만 주문할 수 없는 고객이 있습니다.

상품 구매조건을 살펴보면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1. 로켓배송 상품을 19,800원 이상 담지 않음
  2.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음

그러면 이제 위 2가지 이유에서부터 꼬꼬무 질문을 시작하는 겁니다.

쿠팡에서는 이를 5Whys 방법론을 활용한 문제 분석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1. 구매조건 미충족 > 왜? > 사고 싶은게 없으니까 > 왜? > 평소 관심있던 상품 / 프로모션을 추천받지 못했으니까
2. 구매조건 미충족 > 왜? > 사고 싶은게 없으니까 > 왜? > 장바구니 상품을 지금 최대한 빨리 받아봐야 하니까
3. 구매조건 미충족 > 왜? > 구매조건을 몰랐으니까 > 왜? > 장바구니 단계까지 조건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으니까
4. 유료 멤버십 미가입 > 왜? > 멤버십 혜택을 몰랐으니까 > 왜? > 장바구니 단계까지 혜택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으니까
5. 유료 멤버십 미가입 > 왜? > 관심이 없으니까 > 왜? >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 > 왜? > 자주 이용하지 않으니까 > 왜? > 원하는 상품이 없으니까 / 다른 플랫폼의 상품 가격이 더 싸니까 / 다른 플랫폼이 더 신뢰가 가니까 etc.
6. 유료 멤버십 미가입 > 왜? > 관심이 없으니까 > 왜? >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 > 왜? > 유료 서비스라 이용료가 부담되니까

 

꼬꼬무 질문은 맥락을 파고들면 들수록 끊임없이 뽑아낼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왜?" 질문으로 부모님을 힘들게 해본 적 있는 물음표 대마왕이라면 분명 잘 할 수 있을겁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추려낸 이후에는 문제 중요도와 비즈니스 임팩트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데요. 이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나의 육신은 하나고 모든 것을 한번에 다 할 수 없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필수입니다.

 

 

맥락 파악을 통한 문제 정의

여러가지 문제 원인 중, [장바구니 단계까지 혜택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를 가장 먼저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면, 문제 상황, 원인, 가설, 유의사항을 정리합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 정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정리

문제를 정의하고 나서는 솔루션, 해결단계로 넘어갑니다. 유료 멤버십 혜택을 몰라서 구매를 하지 못한 고객에게 멤버십 혜택을 잘 인지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 관점에서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어느 단계에서 메시지를 노출할 것인지 정리하는 것입니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1~5의 정보를 모두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보 분류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위 표를 보면 구매 유관 정보가 우선 하는지 멤버십 가입 정보가 우선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멤버십 가입 정보는 멤버십에 관심있는 고객에게 그 다음 step에서 상세하게 안내하는게 적절하므로, 우선 구매를 고려 중인 고객에게는 구매에 필요한 조건과 혜택을 우선적으로 안내합니다. 

 

 

고객 관점의 메시지로 정보 각색

정보를 추렸다면 메시지를 작성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고객들이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퇴고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쿠팡의 목소리와 맥락에 맞는 목소리를 입혀 초안을 작성하고, 핵심 키워드를 살려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간결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입니다.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채택하면 전달력이 높아지겠죠?

 

사용성 테스트를 통한 검증

지금까지 추론을 기반으로 도출한 솔루션을 검증해봐야 합니다. 고객이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정말 문제가 없는지, 어떤 메시지가 정말 유의미할 지 A/B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쿠팡의 콘텐츠 전략가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목표에 따른 고객 문제 해결을 위해 프로덕트 디자이너, PO, 리서처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프로덕트 안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합니다. 타사의 UX라이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A/B 테스트로 성과를 검증한 뒤에도 Winner Case를 모아 왜, 어떻게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었는지 분석하며 러닝 포인트를 얻는다. 이렇게 도출된 글쓰기 방법, 용어, 효과적인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새로 세우거나, 이전에 세운 전략을 보완한다. 각 회사의 글쓰기 기본 원칙, 상황별 글쓰기 가이드, 용어집 등은 이런 케이스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UX에서는 가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실패한 가설 역시 유의미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전략 보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는 내부 임직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배포한다고 합니다.

 

디자이너, PO, 리서처 등 고객 경험을 만드는 담당자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모든 임직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가이드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임직원 대상 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무자들은 이미 현업에 지쳐서 가이드를 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쿠팡의 콘텐츠 전략가를 포함해 각 회사의 UX라이터는 문제 정의를 통한 솔루션 제안 외에 여러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관점과 체계적인 사고로 글쓰기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여러 팀에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위 글은 원티드의 아티클을 읽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