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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X원티드] 프로덕트 밖에서 글쓰기

김모밍 2024. 2. 26. 14:52

들어가기에 앞서

UX라이터들이 외로운 이유를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존재가치를 증명해내야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역량과 성과가 미미해서 존재가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자기폄하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존재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UX라이터는 퍼널과 플로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뜯어봅니다.  보다 논리적인 구조를 설계하고, 수치화를 통해 그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하고자 합니다. 테크 관련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에는 UX라이터 또는 콘텐츠 전략가의 직책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만 보통 UX라이팅은 다른 업무와 함께 겸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콘텐츠마케터, UI디자이너, 서비스기획자, UX리서처를 들 수 있죠. 현업 담당자는 각각의 업무가 달라 어떤 커리어 패스를 걸을 것인지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무현장은 또 그렇지 않습니다. 겸직을 하자니 어떤 이의 업무 롤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마냥 쉽지 않습니다. 

 

"이건 우리의 업무가 맞아. 근데 지금 우선순위의 상위에 놓여있는 업무들이 있어서 미미한 것들을 신경 쓸 수가 없는거야. 내부에서 다 할 수 있어." 선생님들 마음 다 알죠. 막상 해보면 더 잘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작 손을 대지 못하는 전쟁터 같은 실무현장 속에서 보다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개선 의지를 굳이 꺾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헤게모니의 쟁탈로 느낀 것일까요, 신뢰도가 떨어져서 일까요?

 

뭐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하는 첫 번째 관문에는 고객과 서비스가 아니라 회사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부 인원을 설득하는 것이 어찌보면 UX라이터의 가장 큰 미션입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내실 다지기. 그렇게 오늘도 뿌리를 다잡아봅니다.

 

 

다양한 고객 접점에 최적화된 글쓰기

쿠팡 콘텐츠 전략가의 직무를 보면, 모바일 프로덕트 외에도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며 고객과 소통합니다. 말 그대로 '콘텐츠 전략'을 주관하는 셈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이러한 직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업무는 충분히 겸직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콘텐츠 전략'을 짜는 것은 마냥 쉬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브랜드의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접점에 따라 다른 말투로 접근할 수 있는 역랑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라이팅 가이드라는 큰 그림 아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말입니다. 

 

리서처가 되었다가 콘텐츠 제작자가 되었다가

쿠팡의 콘텐츠 전략가들은 채용 관련 컨텐츠나 브랜드 컨퍼런스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프로덕트 내부에서 UX리서치가 진행되듯이 프로덕트 바깥의 미션들도 문제파악을 위해 업계 동향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 설문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테크 조직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쿠팡 테크 컨퍼런스 'Reveal'의 브랜드 카피를 작성하거나, 채용 사이트를 기획 및 내부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브런치 '쿠팡디자인' 채널은 쿠팡 UX팀 지원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쿠팡이츠에서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즉시 실무 투입가능한 디자이너)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합한 지원자들이 모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쿠팡의 모집공고가 오랫동안 걸려있는 이유는 채용 기준이 깐깐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시 근본원인 - 가설  - 솔루션

왜 실력있는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지원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2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 현 회사에 만족해 이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2) 쿠팡이츠에 대한 정보 및 브랜드 신뢰도가 부족하다

 

콘텐츠 전략가는 '콘텐츠'로 해결할 수 있는 2번 문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해나갔습니다.

근본원인을 정리하고, 각 원인을 해결할 가설과 실질적인 솔루션 계획을 수립해 지원자들에게 채용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보도자료, 웨비나, 온오프라인 이벤트와 같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들 중에서 '디지털 아티클'을 통해 쿠팡이츠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소개하기로 정했습니다.

브런치의 '쿠팡이츠 디자이너' 아티클은 문제정의 > 가설 > 솔루션의 과정을 거쳐 전략적으로 기획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소개합니다. 물론 브런치 아티클 외에도 유관 사이트, 온오프라인 이벤트, 컨퍼런스, 광고 캠페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채용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인터널 브랜딩 목적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웰컴키트, 온보딩 가이드, 쿠팡 용어집등을 통해 신규 입사자들의 소속감과 브랜드 내재화를 돕고 있습니다. 

 

 

 고객, 고객 그리고 고객

고객을 누구로 정의하는지에 따라 대상이 되는 고객 경험이 달라지고, 이러한 고객 경험은 다양한 접점들을 통해 완성됩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고객입니다. 고객의 생각, 고객의 맥락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향도 처한 상황도 다른 고객의 관점을 이해하고 짧은 UX라이팅부터 긴 호흡의 아티클까지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콘텐츠 전략가의 역량입니다.

 

모든 것은 결국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한 작업들입니다.

우리 팀에서 A-B-C를 모두하는 것이 맞아, 라고 이야기한다면 반박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해당 팀도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중이라면, B는 b에게 C는 c에게 맡겨서 진행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진 않을까요? 대단한 변화는 처음부터 대단하지 않고, 작은 일들이 스며들듯 쌓여가면서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조금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겠습니다. 이 조직에서 라이팅 개선의 필요성과 UX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서요.

 


 

위 글은 원티드의 아티클을 기반으로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여 편집한 글입니다.